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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해도 고발, 단일화 촉구해도 고발…

카알바람 2013. 3. 29. 10:39

풍자해도 고발, 단일화 촉구해도 고발…
낸시랭 “청렴한 29만원 전두환? 전국 후원할까요?”
耽讀  | 등록:2013-03-29 09:04:59 | 최종:2013-03-29 10:00:39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통장에 29만원 밖에 없습니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대통령을 8년(11·12대, 1980.08.6~1988.02.24)동안 하면서 엄청난 뒷돈을 챙겨, 대한민국 사법부로터 2205억원 넘는 추징금을 받은 전두환. 하지만 그가 낸 돈 530여억원이다. 그리고 헌정을 유린하고, 수많은 시민을 학살하고도 "미국식 민주주의 했다"는 전두환. 비싼 양주도 잘 마시고, 골프도 잘 친다. 특히 '외교관 여권'으로 전두환은 2000년 이후 7차례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을 다녀왔다.

 

29만원 밖에 없는 그가 언론보도를 통해 호화생활을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사람들은 분노와 허탈감에 빠졌다. 이상호 전 MBC기자는 그를 만나려다가 경찰에 체포되었고, 경찰은 전두환이 차타고 움직이면 신호등을 열어준다. 참 희한한 대한민국이다.

 

지난 해 5월 17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맞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살고 있는 서울 연희동 일대에 전두환이 29만원 자기앞수표를 들고 있는 그림(가로 70cm, 세로 100cm) 70여장 나붙었다. 그림을 그린 이는 작가 이하씨였다. 처음에 이하씨는 500장을 그렸다. 하지만 다 붙이지는 못했다. 경찰은 친절하게(?) 이하씨를 경범죄에 해당하는 불법광고물 부착 혐의를 적용해 즉결심판에 넘겨지 벌금 10만원을 받았다. 수 천억원 등친 이는 경호해주고, 풍자했다고 즉결심판에 넘기는 대한민국 경찰, 정말 대단하다.

 

▲ 팝 아티스트 이하씨가 지난 2012년 5월 17일 그린 전두환 풍자그림  ⓒ 이하


"29만원 전두환? 전국 후원할까요?"

하지만 이씨는 정식재판을 청구해 지난 26일 서울 서부지방법원에서 첫 공판이 열렸다. 전두환 풍자했다고 처벌하는 대한민국 경찰을 향해 또 다른 풍자난장이 열렸다. 이날 팝 아티스트 낸시랭씨, 강영민 작가를 비롯한 예술가들이 참여했다. 퍼포먼스에 참여했던 낸시랭씨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nancylangart)에 "팝아티스트 이하 작가님 지지 퍼포먼스에 저 낸시랭도 참여했어요~ 서울서부지법앞에 용~~ ~앙~~!"이라는 글과 함께 퍼포먼스 사진을 올렸다.

 

▲ 전두환 풍자그림을 기소당한 이하씨를 돕기 위해 아티스트 낸시랭씨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낸시랭 트위터(@nancylangart)

 

낸시랭씨는 이어 "전두환 전 대통령님 전재산이 29만원? 너무해요. 얼마나 청렴하게 사셨으면 가난한 아티스트인 저 낸시랭보다 재산이 적을까요. 전국민적인 후원이 필요한거 아닌가용~~ ~~~앙~~~~~!"라는 촌철살인을 날렸다. 그러면서 "이하 작가 지지 및 불쌍한 울 전두앙 가카 후원을 위한 낸시랭 퍼포먼스~ 앙~!"라며 낸시랭씨 다운 글로 풍자했다.

 

강영민 작가가 만든 이날 박정희 전 대통령 글씨인 '미술수출', '사회정화'같은 글씨도 등장했다. 이에 대해 낸시랭씨는 "미술수출! 사회정화! 제 동족 박정희 전대통령의 붓글씨에용~ 제가 넘 존경하는 팝아티스트 강영민 오빠가 되살린 작품이에용~ 넘 멋집니당~ 그 뜻을 따라 저 낸시랭이 꼭 아트로 사회를 정화해야겠어용~ 앙~~!"라고 했다.


"박정희는 '동족'"...."박근혜 공직자보다 전두환이 더 청렴?"

박근혜 정부가 '4대악 척결'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학교 문방구에서 '불량식품'을 근절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낸시랭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 유지를 받을지만, 강력한 공권력 집행이 아니라 "아트로 사회를 정화하겠다"고 다짐했다. 요즘 우리집 막둥이 '불량식품' 먹지 못할까 봐 거짓말 조금보태 걱정이 태산이다. 아내 역시 "아이들 불량식품 추억이 사라지겠네요"라고 한다. 솔직히 급식 먹고 식중독 걸렸다는 말을 들었지만, 문방구 불량식품 사 먹고 배탈난 아이들이 있다는 뉴스는 거의 듣지 못했다.

 

특히 그는 요즘 고위공직자 낙마를 예로 들면서 "연일 계속되는 공직자 낙마사태에 비하면 전두환 전대통령은 얼마나 청렴하신가요. 박정희 전대통령도 '미술수출'과 '사회정화'에 힘쓰셨고요. 박근혜 대통령님 정말 속상하시겠어요. 주변이 넘 못 따라와욧! 앙~!"라며 박근혜 정부 고위공직자보다 오히려 '29만원 전두환'이 더 청렴하다는 재치있는 '돌직구'를 날렸다.

 

▲ 아티스트 낸시랭씨가 이하씨 지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낸시랭 트위터(@nancylangart)

 

박근혜 정부 고위공직자보다 전두환이 더 청렴한 것 같다는 낸시랭씨 풍자에 과연 그들은 반성할까? 아니면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고소고발을 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전두환 풍자했다고 이하씨를 법에 넘긴 경찰처럼.

 

이하씨는 그 동안 전두환만 아니라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경선후보때 풍자 그림을 그려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11년 12월에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나치복장' 그림으로 풍자했다. 이하씨는 같은 달 8일 서울 종로2가 중앙버스전용차로 버스정류장 안내판에 나치 문양이 그려진 모자와 삽이 그려진 넥타이를 착용한 이 전 대통령을 그렸다.

 

▲ 이하씨가 지난 2011년 12월 이명박 전 대통령(왼쪽)과 지난해 6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 풍자그림 ⓒ 이하

지난 해 6월에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가 사과를 들고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그려져 있고, 뒷배경이 청와대였다. 부산중앙선관위는 이씨를 상대로 '박근혜를 홍보 또는 비판할 목적이었는지', '누가 시켰는지', '돈댄 사람이 있는지', '특정 정당과 연계돼있었는지' 따위를 캐묻기도 했다.


풍자해도 고발, 단일화 촉구해도 고발…

이씨는 또 지난 해 11월 6일과 7일 서울 종로, 신촌, 여의도 일대 버스정류장 등에 문재인·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담긴 벽보 500여장을 붙였다. 서울시선관위는 공직선거법 93조1항로 이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누구든지 선거일전 180일(보궐선거 등에 있어서는 그 선거의 실시사유가 확정된 때)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이 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당(창당준비위원회와 정당의 정강·정책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 또는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문서·도화, 인쇄물이나 녹음·녹화테이프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을 배부·첩부·살포·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공직선거법 93조 1항)

 

▲ 이하씨가 지난 2012년 6일과 7일 서울 종로, 신촌, 여의도 일대 버스정류장 등에 문재인·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담긴 벽보. 선관위는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 이하


상식이 살아있는 대한민국을 위하여…

이씨는 이 외에도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 푸틴 러시아 대통령, 카다피 전 리비아 지도자 등 독재자들을 익살스럽게 풍자하는 '귀여운 독재자 시리즈'를 미국 뉴욕에 전시하기도 했다. 그럼 왜 그는 풍자를 그릴까?

 

"상식이라는 것이 한국에선 말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일인 듯하다. 예술은 세상을 풍부하게 하는 기능을 한다. 예술가는 현실에서 발생하는 의식들을 정리하여 작품으로 발표하는 것이 직업이다. 역사는 지나친 법의 잣대를 기억하지 않습니다. 사회를 풍부하게 만들어 준 예술을 기억합니다."-2012.11.14 <경향신문> 문재인·안철수 아수라 백작 벽보 붙은 까닭은?

 

상식 없는 사회, 숨 막히는 사회다. 상식 없는 사회는 자유가 없다.  풍자해도 고발, 단일화 촉구도 고발하는 대한민국은 상식이 없는 나라였다. 이런 그를 가두려고 한다. 그리고 낸시랭씨는 아트로 사회를 정화하겠다고 나섰다. 과연 박근혜 정부는 상식이 통하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을까? 고위공직자 낙마와 자신들 잘못에 대해 사과조차 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왠지 우울하다. 지난 5년보다 더 숨막히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다는 노파심이 든다.

 

낸시랭씨의 "청렴한 29만원 전두환! 전국 후원할까요?" 이 역설이 현실이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