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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업체 회장’ 문용린, 서울교육감 후보?

카알바람 2012. 12. 11. 10:47

‘사교육업체 회장’ 문용린, 서울교육감 후보?
[보도비평] 겸직금지 등 국가공무원법 위반 논란...교육단체 “후보 사퇴해야”
정운현 기자 | 등록:2012-12-10 00:20:43 | 최종:2012-12-10 00:55:3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보수진영의 유력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문용린 전 교육부장관(전 서울대 교수)를 두고 자격 시비와 함께 도덕성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단체 등에서는 문 후보가 교육감직을 수행하기에는 부적격자라며 후보직 사퇴가 마땅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오는 19일 대통령선거와 함께 치러진다 

 

최근 <오마이뉴스>는 문 후보가 사교육업체인 대교 드림멘토의 연구책임자로 활동한 사실을 보도한데 문 후보가 사교육업체 수장을 맡고 있는 사실을 추가로 확인해 보도했다. 문 후보는 올해 8월말까지 국가공무원(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정년퇴임했다. 따라서 서울대 교수 재직시절 민간업체에 관여했다면 이는 겸직 금지와 영리행위를 금지한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 교육감은 서울시내 초중고 교육행정의 최고책임자이자 27000여 개의 사교육업체 관리감독 책임자이기도 하다. 따라서 사교육업체의 일원으로 연구책임을 맡았거나 직접 사교육업체를 만들어 수장을 맡고 있다면 이는 교육감 후보의 자격 논란 이전에 교육학자로서 도덕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문 호보는 TV토론에서 진보진영 후보에게 색깔론 공세를 펴 비난을 사기도 했다 

▲ ㈜대교 드림멘토 공식 사이트에 ‘연구책임’으로 등장한 문용린 후보

 

4일자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문용린 후보는 사교육업체인 대교 드림멘토의 연구책임자를 맡고 있는 걸로 확인됐다대교에 따르면 이 업체 사이트는 지난 618일 개통 당시부터 이날까지 문 후보를 대교 드림멘토 연구진의 연구책임자로 사진과 함께 탑재했다. 같은 화면엔 대교 드림멘토의 연구실을 소개합니다라는 글귀도 적혀 있다 

초중고생 체험학습업체인 대교 드림멘토는 묶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 1명당 1622만 원을 받는 사교육업체다. 대교는 지난 716일 낸 보도자료와 일간지 광고 등을 통해 드림멘토는 국내 최고 전문가인 서울대 문용린 교수팀과 대교의 전문성과 노하우가 결집된 프로그램이라고 홍보했다 

 

문 후보는 단지 이름만 걸어놓은 게 아니었다. 지난 726일 문후보는 이 업체가 주관한 프로그램의 참석자들을 서울대로 불러들여 1시간 동안 직접 강의했다. 또 오는 14일에는 이 업체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12일에 29만 원을 받고 캠프를 진행하는데, 이 광고지에도 문용린 교수팀이라는 글귀가 쓰여 있어 사실상 문 후보가 이를 맡아 진행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당시 문 후보는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였다.

 

이어 8일자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문 후보는 지난 해 1229일부터 사설교육업체인 한국컨설턴트협의회(유한회사)의 회장을 현재도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 5월에 설립된 이 업체는 그해 6월부터 민간자격증인 진로진학상담사를 만든 뒤 수강자를 모아 한 사람당 수십만 원대의 수강료를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문 후보는 이 업체 사이트는 물론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스스로 이 업체의 회장임을 자임한 바 있다 

▲ 사설교육업체인 한국컨설턴트협의회 사이트에 올라 있는 문용린 회장 인사말

 

이와 관련해 김기현 변호사(법무법인 안양)<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문 후보가 국립대 교수로 재직 당시에 유한회사의 회장을 맡은 것은 국가공무원법상 겸직 금지와 영리행위 금지에 해당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회사에서 회장이란 직책은 상법상 실질적인 지배자라면서 문 후보가 이 사업으로 계속적인 재산상 이득을 봤다면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상으로도 영리행위 추구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 6일 열린 서울시교육감 후보 TV토론회에서도 논란이 됐었다. 최명복, 남승희 후보는 문 후보의 자질론을 집중 거론했다. 최 후보는 <오마이뉴스> 기사를 근거로 사교육 업체와의 유착과 비리로 물러난 공정택 전 교육감의 전례가 반복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문 후보를 겨냥했다. 또 남 후보도 공교육 수장과 교육 용역업체의 부적절한 밀착관계라면 큰 도덕성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도성향의 사교육걱정없는세상는 지난 7일 성명을 내 “(문용린 후보는)교육감직을 수행하는데 현저한 도덕적, 법적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대교 가족문 후보는 부적합 인물이므로 즉각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교는 서울지역 초중고 방과후학교 사업에서 수위를 달리는 업체로 알려져 있다. 

 

언론보도와 TV토론에서 이 문제가 거론되자 문 후보 쪽은 7일 심야에 보도자료를 내 대교 누리집의 홈페이지에 청구인을 연구책임자라고 소개한 것은 문 후보가 영업에 관련되었다는 뜻이 아니다면서 문 후보가 연구한 프로그램을 위 업체들이 사용하고 있다는 뜻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문 후보 쪽은 해당 (오마이뉴스)기사의 정정과 사과문 게재를 요청하기 위해 시정요구사항을 오는 10일 언론중재위원회에 접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초등학생 캠프를 알리는 ㈜대교 드림멘토 홍보물에 등장한 ‘문용린 교수팀’.

 

<한겨레>7일자에서 문 후보는 그룹 산하 대교문화재단 이사, 대교가 설립을 지원한 세이프키즈코리아 공동대표, 경기외고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봉암학원 이사, 드림멘토와 진로상담센터 책임연구자 등을 지냈다. 그런 관계 때문인지 그는 대교그룹의 골프장 15000여만원짜리 회원권도 갖고 있고, 대교가 발주한 수천만원짜리 연구용역도 맡곤 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겨레>이러한 것들이 비록 불법은 아니라고 해도 특목고나 자사고 설립·감독권자이자, 사교육 업체를 지도·감독할 교육감 후보자로서 있어서는 안 될 관계라고 지적하고는 문 후보를 두고 국내 최대 사교육 업체인 대교그룹과의 거미줄 관계는 검은 유착을 의심할 정도라고 비판했다. 따라서 만약 문 후보가 서울시 교육감이 될 경우 이는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 되는 셈이다 

한편, 문 후보는 TV토론에서 진보진영 단일후보인 이수호 후보를 겨냥해 색깔론 공세를 펴 논란이 일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지난 6TV토론회에서 문 후보는 공교육 활성화의 가장 큰 장애는 전교조 교사다. ‘친북·좌파 세력의 조직이 전교조요 민주노총이고 민주노동당이다이게 바로 이수호 후보께서 민주노동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가 스스로 친북·좌파임을 시인하는 글을 썼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 후보의 주장은 글의 전체 맥락을 무시한 왜곡에 가깝다고 <한겨레>는 지적했다. 문제의 글의 내용은 “(한나라당 분류에 따르면) 민족의 숙원인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충심으로 애쓰는 모든 이들, 자본이나 부당한 권력에 짓밟힌 노동자나 민중, 그들과 함께하는 자 모두 좌파세력이라는 게 고작이었다. ‘한나라당 아니면 친북좌파라는 유치한 이분법을 따진 것인데, 이를 두고 친북좌파임을 인정했다고 한 것이다. 말하자면 거두절미하고 입맛에 맞는 구절만 따서 공세를 편 셈이다.

한편, 교육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문 후보가 사교육 업체와 유착 의혹이 있다며 자격을 문제삼아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7일 긴급성명을 내어 문 후보와 대교의 오랜 밀착관계는 공교육을 책임질 교육감직을 수행하는 데 현저한 도덕적·법적 결격 사유다. 특수목적고와 사교육 업체에서 임원을 맡았던 사람으로서, 교육감이 됐을 때 이들을 엄중하게 감독할 것이라 기대하기 힘들다. 문 후보가 교육감 후보직을 즉각 사퇴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문용린 후보 선거 포스터

 

1947년생인 문 후보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 대학원 교육심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귀국 후 세종대 교육학과 교수, 한국교육개발원 도덕교육연구실 실장을 거쳐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 중 김대중 정부 시절 8개월간 교육부장관을 지냈다. 보수성향의 교육학자이나 학계 안팎의 평은 그리 나쁘지 않았던 걸로 알려졌다. 서울시교육감 후보 출마 직전 문 후보는 새누리당 국민행복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었다. 

 

<한겨레>7일자 사설에서 선거벽보 속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후보 인상은 누구보다 따듯하고 온화하다. 하지만 공식 선거운동 며칠 만에 드러난 맨얼굴은 딴판이다. 사교육 업체와의 깊은 유착관계나 저질 색깔공세까지, 교육감 후보로서의 기본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다라고 비판하고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솔직하게 문제를 시인하고, 밝힐 것은 밝히고, 사과할 것은 사과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언감생심 교육감직을 넘봐선 안 된다며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문용린 후보와 러닝메이트격인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역시 사교육비 경감과 공교육 활성화를 교육분야의 대표적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따라서 문 후보의 사교육업체 관련 경력은 박 후보의 교육공약과도 큰 괴리감이 있다. 문 후보는 서울시 교육감 후보이기 이전에 지난 8월까지도 대학 강단에서 교육학을 가르쳤던 대학교수의 한 사람으로서 학자적 양심으로 돌아가 자신의 거취문제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