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감추고픈 박근혜의 과거, 이 사진을 찾았습니다 본문

세상 이야기

감추고픈 박근혜의 과거, 이 사진을 찾았습니다

카알바람 2012. 12. 11. 14:36

"이런 성과에 힘입어 금년 우리는 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천만이 넘는 나라들 대열에 진입하는 쾌거도 이루었습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단 7개 나라뿐이고 전후 독립국으로는 유일한 사례입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한국 경제의 꾸준한 성장을 이끌어 온 원동력은 바로 무역이었습니다."  - 12월 5일 무역의 날. 이명박 대통령 축사 중 -

흥겨운 잔치였다. 연속 무역 1조 달성을 앞둔 정부와 경제계는 들떠 있었다.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 이탈리아를 제치고 무역 규모 8대 강국에 진입했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축사에는 자신감과 자족감이 묻어났다. SK에너지, 에쓰오일, 현대자동차 등이 200억불탑상을 받았고 1200여명의 정관계인사들과 기업 관계자 등의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 769명이 포상을 받았다.

국민소득 2만불의 주인공이 된 서민들에게 이번 겨울은 유독 힘들다. 골목 상권은 여지없이 무너졌고, 자영업자들의 마지막 팔아 치우기(폐업 세일)가 넘쳐나고 있다. 저임금과 고용 불안에 내몰린 비정규직은 언 철탑에 매달려 생존을 외치고 있다. 그뿐인가? 부산에서는 생활고에 아사로 추정되는 죽음이 7개월 만에 발견되었다. 무역 1조 달성의 국가, 무역 규모 8대 강국에서 아사라니, 그러나 어이없는 죽음은 어제도 오늘도 계속되고 있고 내일 또 계속될지 모른다. 

무역 1조 달성의 나라에서 사람이 굶어 죽다니...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서울지역 대규모 합동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5년 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국민성공시대를 주창했다. 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워 7% 성장 4만 달러 국민소득 7대 경제 강국에 진입하겠다고 했다. 당내 경선에서 경쟁자 박근혜 후보가 내세웠던 '줄푸세' 공약과 자신이 내세웠던 747 공약의 합성이었다. 국민성공시대의 근간은 이렇게 만들어졌고 이후 한 사람은 대통령으로, 또 한 사람은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서 5년을 살았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산 소고기를 둘러싼 갈등으로 문을 열었다. 무차별적인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축산 농업 붕괴를 불러 올 것이라는 국민적 저항에도 불구하고 수입을 강행한 정부. 국민의 의혹을 앞장서서 해결해야 할 여당은 국회에서 불판을 깔고 미국산 소고기 시식회를 열었다. "한우보다 맛있다"라는 찬사가 이어진 시식회를 준비했던 심재철 의원, 그는 한나라당에 이어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에 재선되었고 이번 대선에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부위원장을 맡았다.

2008년 정부의 인위적인 고환율 정책은 살인적인 고물가를 불러왔다. 기업은 환율 차익으로 돈방석에 올라 앉았지만 서민들은 4인 가구당 연1천만원 고물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강만수·최중경 사단의 고환율 정책. 그 후과는 여전히 서민들의 장바구니에 무겁게 담겨 있다. 당시 강만수 장관을 전설과 같은 인물로 극찬하며 고환율 정책만이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TV 아침마당에서 목소리를 높였던 숙명여대 신세돈 교수. 그는 2007년 경선 당시 박근혜 경제 교사로 불렸고, 이번 대선에서도 국민행복추진위원회 힘찬경제추진단에 이름을 올렸다.

시장에서 어묵을 먹으면서 서민살림살이를 걱정하던 이명박 대통령. 그러나 정작 재래시장의 대형 마트, 대형 자본의 침탈은 방조했고 심지어 부추기기까지 했다. 재래시장과 영세 자영업자를 살리는 최소한의 보장장치인 상생법과 유통법 국회 입법을 추진했을 때 국회가 SSM 쌍둥이법을 모두 처리한다면 우리나라 대외신인도가 크게 떨어 질 것이라며 입법 반대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이는 당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었다. 이런 전력 때문에 자영업 유권자 정치행동 등 시민단체가 19대 총선에 앞서 낙선대상으로 지목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공천을 감행했고 그는 국회의원이 되었다. FTA 전도사 김종훈의 공천과 재래시장 살리겠다는 약속. 지난 총선부터 새누리당의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조합과 궤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명박근혜, 공유한 것은 이름 '한자'만이 아니다

 새누리당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진영 정책위의장이 10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제18대 대선 정책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박근혜 후보가 위기에 몰린 한나라당을 해체하고 새누리당을 만들면서 국민들의 싸늘한 시선을 의식해서 꺼내든 카드는 경제 민주화였다. 대기업의 탐욕에서 자영업자를 보호하고 골목시장을 지키겠다는 공약. 유권자는 반신반의했지만 경제민주화의 화신처럼 각인된 김종인의 영입과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의 저인망식 재래시장 유세는 주효했다. 새누리당은 숱한 악재를 딛고 과반이 넘는 의석을 차지했다.

대선을 앞두고 김종인의 역할은 더 커졌다.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단장으로 경제민주화 관련 대선 정책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입지가 넒어졌다. 그러나 재벌개혁을 위한 대규모기업집단법 제정,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재벌총수 국민참여재판 등이 박근혜 후보의 공약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별 수순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줄을 이었다. 9일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직접 기자간담회를 열어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해명을 했지만 갈등의 해결이 아닌 보여주기식 봉합에 지나지 않는다.

김종인으로 표상되는 새누리당 경제민주화, 그것의 한계는 분명했다. 2007년 줄푸세 공약을 입안했던 김광두 교수와 대표적인 친재벌 감세주의자 나성린 의원이 각각 힘찬경제추진단장과 민생경제대응단장으로 자리한 국민행복추진위원회가 재벌의 탐욕을 제어하고 서민을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을 생산한다는 것은 자체가 블랙코미디 같은 일이라 할 수 있다.

박근혜 후보는 민생이 파탄난 것은 노무현 대통령 탓이라고 했다. 박 후보는 빈부의 격차가 벌어진 것도 서민의 살림가 어려워진 것도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서 비롯된 문제이기 때문에 문재인 후보는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몰아세웠다.  그러다가 이명박 정권 실정은 왜 침묵하냐는 비난에 이명박 대통령도 똑같은 잘못을 해 경제가 어려워졌으니 자기가 나서서 서민경제를 살리겠다고 했다. 박 후보는 "국민행복시대를 열고 중산층을 70%로 끌어올리는 민생정부가 되겠다"고 유세하면서 이야기하고 있다. 거기에 통렬한 반성은 없다. 그래서 미덥지 못하다. 5년 전 이명박 후보의 747 공약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성공시대에서 국민행복시대로?

 2007년 대선 당시 나온 한나라당의 '이명박근혜' 포스터.
ⓒ 한나라당

관련사진보기


'이명박근혜와 함께 정권교체! 국민성공! 이명박이 약속하고 박근혜가 보장하는 국민성공시대가 열립니다. 우리는 모두 대한민국 성공시대! 기호2번 이명박 실천하는 경제대통령'

'이명박근혜'라는 신조어는 말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작품이 아니라 이명박 후보가 박근혜 당내 경쟁자와 한몸임을 강조하기 만든 것이다. 이는 2007년 대선 당시 선거포스터가 말해준다. 이명박이 약속하고 박근혜가 보장했던 국민성공시대. 서민들에게 쪽박만 안겨준 채 5년 임기가 저물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실정조차도 남말하듯이 하는 박근혜 후보. 그러나 분명 그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책임지지 않는 남탓 행보. 이것이야 말로 책임지지 않는 네거티브 아닐까?

이명박과 박근혜. 이름 한자만 공유한 것이 아니었다. 5년 동안 국정의 책임자로, 여당의 지도자로 동반자였고, 이명박 정부에서 헌신했던 사람들이 박근혜 캠프에서 일하고 있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의 국민성공시대나 박근혜 후보의 국민행복시대가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후보의 '중산층 70%' 공약. 빚더미에 올라앉은 서민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다. 이명박 정권이 표를 얻기 위해 만든 747공약과 뉴타운의 장밋빛 미래와 너무나 닮아 있다.

정권재창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1월 2일 친이계 전현직 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정권재창출을 당부하였다고 전해진다. 또 새누리당도 각종 연찬회 등을 통해 정권재창출하자며 팔을 치켜들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의 또 다른 탄생(재창출)은 결코 반갑지 않은 일이다. 또다시 이명박 정권 5년이 반복되는 것, 상상만으로도 고통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