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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후보가 받은 6억 원 출처, 청와대 ‘박정희 비밀금고’에는? 본문
박근혜 후보가 받은 6억 원 출처, 청와대 ‘박정희 비밀금고’에는?
기업으로부터 받은 리베이트 모아 '비자금' 쌓아두던 곳...부정축재 자금 물려받고 어물쩍 넘어가
정웅재 기자 jmy94@vop.co.kr
입력 2012-12-12 06:37:42 수정 2012-12-12 09:09:02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10일 밤 2차 TV토론을 마치고 말없이 스튜디오를 빠져나오고 있다. 박 후보는 이날 6억 원에 대한 세금을 냈냐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의 질문에 "사회에 환원한다고 했다"는 동문서답을 했다.
이날 박 후보는 "나중에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고, 10일 TV 토론에서 이정희 후보가 "(6억 원은 당시) 은마아파트 30채 값으로 현재 300억 원의 가치인데 상속세와 증여세는 냈냐"고 따지면서 박 후보는 세금 탈루 의혹도 받고 있다. 세금은 냈냐는 질문에 박 후보는 답변을 하지 않고 "사회 환원하겠다고 이미 밝혔다. 저는 약속은 지킨다"라고만 말했다. 동문서답을 한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밀금고 1, 2
이정희 후보는 10일 TV 토론회에서 6억 원에 대해 "비자금 아니냐? 지하경제다"라고 따졌다. 이 돈의 성격과 관련해 박 후보는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검증 청문회에서 6억 원을 받은 사실을 시인하면서 "전 전 대통령 측에서 심부름을 와 만나자고 해 청와대 비서실장실로 갔는데, 봉투를 주면서 '박정희 대통령이 쓰시다 남은 돈이다. 청와대 금고에 있었다'고 했다. 공금이라기보다 격려금으로 어디 주시기도 하고 했던 돈이 아닌가 한다"라고 밝혔었다.
박 후보의 말대로 이 돈은 청와대 비밀금고에서 나온 돈인데, 청와대에는 대통령 집무실에 하나, 비서실장 보좌관실에 하나 등 모두 2개의 비밀금고가 있었다고 한다. 박 후보가 받은 6억 원은 비서실장실 보좌관실에 있던 높이 1m20cm, 폭 1m의 철제금고에서 발견된 돈의 일부다.
이 돈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망한 1979년 10월 26일 다음날인 27일 발견됐다. 중앙일보 1991년 5월 31일자 '박 대통령 집무실엔 비밀금고 2개, 통치비용 연 60억' 기사에는 당시 상황이 자세하게 언급돼 있다.
10.26 다음날인 27일 오전 전두환 합동수사본부장은 박정희 대통령의 큰딸 근혜양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사를 위해 본관 2층 비서실장실을 수색해야겠습니다."
몇시간 후인 오후 1시쯤 합수부 수사2국장 우경윤 대령과 수사간부인 중령 한사람이 청와대 본관 2층에 나타났다...(중략)...수색작업의 초점은 비서실장 보좌관실에 있던 높이 1m 20cm, 폭 1m 크기의 철제 금고였다. 1층 대통령 집무실에 있던 소형 '금고1' 과 함께 박대통령의 통치 비자금이 보관되던 곳이었다.
우 대령은 권 비서실장 보좌관에게 "금고를 열어달라"고 했고 그의 입회하에 내용물을 하나씩 확인해 나갔다. 자기앞 수표 1천만원짜리 수십장, 5백만원짜리 수십장등 비자금 총액은 9억5천여만원. 이밖에 안보기밀문서 몇장과 방위성금 기부자 명단, 그리고 박 대통령이 세 자녀 앞으로 만들어 놓은 적금통장 3개가 금고속에 있었다.우 대령과 권 보좌관은 확인서에 도장을 찍은 후 한장씩 나눠가졌다. 금고는 도장찍은 테이프로 굳게 봉인됐다.
ⓒ중앙일보
중앙일보 1991년 5월 31일자.
전두환 보안사령관은 며칠 뒤 중령 수사관을 시켜 금고를 다시 열게 했고, 6억 원을 샘소나이트 가방에 차곡차곡 채워 박근혜 후보에게 전달했다. 나머지 3억5천만 원은 자신이 챙겼는데, 이 돈의 쓰임새에 대해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89년 12월 31일 국회 증언에서 "총 9억6천만 원 중 2억 원은 정승화 당시 육군참모총장에게 5천만 원은 노재현 당시 국방장관에게 주어 이를 활용토록 하고 1억 원은 당시 계엄사령관의 승인을 받아서 합동수사본부의 수사비로 사용하였으며 나머지는 유족에게 전달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대통령 집무실에 있던 또 다른 금고의 행방과 내용물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는데, 박근혜 후보에게 이 금고의 열쇠가 전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인용한 중앙일보 기사는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그렇다면 또다른 비밀금고인 '금고1'의 행방은 어찌됐을까. 10.26밤 숨진 박 대통령 양복주머니에서 집무실 금고 열쇠는 근혜양에게 전달됐으며 근혜양은 '금고1'의 내용물을 챙겼다한다. 근혜씨는 그 부분에 대해 여지껏 확실한 언급을 않고 있어 돈의 액수가 얼마나 됐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박대통령이 '금고1'에서 돈을 꺼내 '금고2'에 넣곤 했다는 증언에 비추어볼 때 적지않은 비자금이 남아있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청와대 1층과 2층에 있던 두개의 금고는 박정희 대통령의 정치자금에 관한 비밀스런 사연이 수표처럼 차곡차곡 쌓여 있던 곳이다."
부정축재한 비자금 물려받아..."나중에 환원하겠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밀금고에 있던 돈은 박 전 대통령이 재임기간 동안 조성한 비자금이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들은 재임 당시 기업들로부터 수 억~수십억 원씩 돈을 받아 수천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는데, "정치자금은 통치의 불가피한 비용"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던 박 전 대통령도 18년 독재를 하면서 비자금을 조성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비자금의 효과적인 조달을 위해 '4인 협의회'라는 것도 운영했다고 한다. "이후락 비서실장,김형욱 정보부장,김성곤 공화당 재정위원장,장기영 부총리등 막강 4인이 호텔 밀실에 모여앉아 기업을 상대로 정부 이권(利權) 장사를 요리했다는 것이다.
돈에 목말라했던 기업에 달러 차관이나 은행 대출을 주면서 적게는 3%, 많게는 10%까지리베이트 (일종의 사례금)를 뗐고, 정부 발주공사에서도 일정 비율을 거두는 식이었다. 국내자본이 빈약했던 시절이라 돈이 급하기도 했거니와 달러 차관은 국내금리보다 엄청나게 싸 기업들은 어떡해서든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으려고 4인협의회(이후락,김형욱,김성곤,장기영)의 눈치보기에 바빴다."(중앙일보 1991년 5월 31일)
박 후보가 받은 6억 원은 이처럼 박 전 대통령이 부정축재한 비자금의 일부다. 박 후보는 이에 대한 사과는 없이 "나중에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말로 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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